
Good Movie Record 19 :
줄앤짐, Jules Et Jim, Jules And Jim, 1961
프랑소와 트뤼포
*줄거리가 포함된 리뷰_주의요망
프랑소와 트뤼포나 고다르의 옛날 영화들에서 공통적으로 특별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여자
주인공을 향한 태도다. 그들이 어떤 상식 밖의 행동을 하던 저항할 수 없고 반박할 수 없으며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식이다. 그 존재를 숭배하듯 강렬하게 화면에 담아낸다.
줄과 짐은 여러모로 닮았다. 동시에 비슷한 옷을 입기도 하고 둘 다 어떤 여자에게도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돈다. 카트린은 그들 말대로 하나의 ‘출현’이었다. 제목 없는
조각상과 마주친 순간 커다란 충격에 빠졌던 것처럼 그녀는 갑자기 나타났고 동시에 세상을
가득 채웠다. 두 남자는 순식간에 마취된 듯 사로잡힌다. 그녀의 마음이 아직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시기에 셋이 함께 육교를 달리는 장면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활짝 웃는
카트린의 얼굴을 가쁜 숨소리와 겹쳐 넘치도록 가득 담은 화면은 매력이 넘친다. 그녀에게
어쩔 수 없이 끌리는 두 남자의 당혹스러운 유쾌함이 흐르는 음악에도 고스란히 담겼으며,
감독이 카트린에게 얼마나 애정을 가졌었는지 그녀가 등장할 때마다 화면은 기쁨으로 가득
찬다. 줄은 그녀에게 뺨을 얻어맞고도 행복한 웃음을 터뜨린다. 카트린은 자신의 가치가
시들하다고 느끼는 순간마다 가차없이 격렬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반면 줄과 짐은 그녀가
돌연 물에 뛰어들었을 때에도 손만 내밀어 잡아줬던 것처럼 그녀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해
온몸으로 저지하거나 설득할 자신이 없다.
줄은 원하던대로 카트린과 결혼을 하지만 이후에는 전혀 평탄치 않다. 카트린이 저지른 많은
외도를 목격하면서도 그저 그녀가 영원히 자기 곁에서 떠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 속에 산다.
처음엔 줄과 짐이 그녀를 차지하려 않고 공유하는 이유가 카트린보다 서로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라 생각했었는데, 다른 남자가 끼어들어도 여전한 그들을 보니 그 심리가 진정 무언지
헷갈리게 되었다. 카트린은 자신을 숭배하는 이들 앞에서, 여전히 태연하게 헤어짐과 만남은
돌고 돌며 운명적으로 반복된다는 가사를 특유의 사랑스럽고 거만한 표정으로 노래한다.
“행복은 눈에 띄게 닳아가고 있었다.”
짐에게 권태를 느낀 카트린은 줄을 유혹하기도 한다. 그러나 짐이 그녀의 삶을 비상식적이고
맥락 없는 충동이라고 느끼며 현실의 여자에게로 떠나려 하자 그녀는 다시 그에게 집착한다.
카트린은 부조리의 집합체다. 거짓말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굳이 종이에 적어 태워버리고
거짓말하는 남자를 벌하려 황산까지 마련해뒀다. 그러나 황산이 자기 옷을 망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세면대에 쏟아버린다. 또한 외도를 하더라도 숨어서 하는 것은 재미없다며
호텔에서 묵는 것을 탐탁지 않아한다.
줄은 카트린이 파괴적이라는 것, 잔인하고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모든 남자가 원하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순수하고 진정한 형태의 여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단지 잃지 않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며 필사적이다. 짐은 조금씩
그 잔혹함에서 벗어난 반면에 줄이 그녀를 붙잡아 두는 일에만 삶을 바친 이유는, 카트린을
사랑하며 함께 살아갈 인간이 아닌 '특별하고 희소한 대상' 쯤으로 여겼기 때문인 것 같다.
영화에는 여성을 몹시 특별하고 성스러운 존재로 여기는 동시에 인간이 아닌 물건을 대하듯
비하하는 발언이 몇 번 등장한다. 사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은근하게 이어져 온 여성을
바라보는 희한한 양면의 시선이기도 하다. 줄은 내내 그 부조리에 사로잡혀있었다. 카트린에
대해 불쑥불쑥 합리적인 비판을 할 수 있었던 짐과 달리 줄이 그럴 수 없었던 이유는 그렇다.
카트린이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끌고 들어가 스스로 붕괴되었을 때야 비로소 줄은 불안에서
벗어난다. 그녀는 줄과 같은 이들의 환상 속에서만 생기를 내뿜으며 존재 했었다. 자신에게서
누군가 벗어나려 할 때마다 카트린이 몹시 격렬한 반응을 내보였던 이유는 그것에 근거한다.
우리는 스스로 환상을 만들고 그것에 사로잡혀 허우적댄다. 그 매력적인 세계는 고통만을
돌려주는 경우가 많지만, 스스로 만족하고 감동할 정도로 정성스레 만든 구덩이만큼 다시
빠져 나오기 어려운 함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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