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외계+인 1부]“아주 오래전부터 외계인은 그들의 죄수를 인간의 몸에 가두어 왔다”

위드무비 2023. 1. 23. 17:04







 




일단 저는 남의 얘기 엿듣는 편이 아닙니다. 보통 이어폰을 꽂을 때도 많고요. 오늘은 그러진 않아서 그대로 나왔어요. 암튼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어떤 분이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불만을 이야기하자 일행이 그러더군요. ‘한국영화 발전에 투자한 셈치자고요.’ 이거 관계자가 듣고 좋아할게 아닙니다. 수백억이 들어간 상업영화가 동정받았어요. 이런 건 어렵게 영화를 제작한 작은 영화가 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저는 대충 예고편 보고 영화를 좀 판단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데요. 이 영화는 망작의 냄새가 확 났습니다. 근데 마케팅에 돈을 좀 쓰더라고요. 메가박스 코엑스는 경쟁사인데도 로비를 가득 채운 홍보를 하고 있었고, 극장, TV광고, 옥외광고 등 광고비를 제법 쓰더라고요. 코로나 이후 영화계 트렌드 중에 하나가 잘 안될 영화면 애초에 광고비를 안 쓰는 경향이 있거든요. 이건 거의 맞은 적이 많아서 대충 미디어나 극장 쪽에서 광고비를 안 쓰는 영화들은 자신이 없단 뜻이거든요. 그래서 조금은 인지 부조화가 왔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사회 평이 무척 안 좋더군요.


이런 경우 공백기를 좀 가진 감독이 감을 확 잃은 경우일 경우가 많습니다. 아님 자신의 에고를 지나치게 많이 넣는 경우거나요. 이 작품의 큰 문제는 감독이 감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냥 자신의 주특기가 아닌 분야를 손댔다가 망한 케이스에요. 하필이면 제작비가 어마어마하게 투입된 작품인데 말이죠.


감을 잃지 않았다고 한 부분은 그렇습니다. 전반적으로 각본에 구조는 좋아요. 사실 현대 편과 과거 편이 내용 자체는 그렇게 신선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친절하게 만들었으면 정말로 형편없었을 거예요. 불친절하게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는데 그 끊는 타이밍이 좋았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야기 전개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그건 플롯의 구조적인 부분이 좋다는 거지.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는 떨어지고 캐릭터들이 생소하고 빌드업이 별로 기 때문에 몰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게 문제에요. 사실은 이 영화에서 제일 문제가 부분 부분 잘못 캐스팅된 배우들이에요. 주역들 중에 A급 배우가 아닌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할 순 없었으니 막상 찍어보니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인데 캐스팅 확정해놓고 대본 리딩을 해보니 별로니까 바꿔야겠다며 하차시킬 순 없었을 거예요. 사실은 이게 첫 실수입니다. 안 어울린다 싶으면 이미 찍어놓은 게 아까워도 하차시켰어야 했어요.


사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는데 최동훈 감독 작품에 명대사가 많다고 하지만 사실은 대사가 좋았던 게 아니고 그동안 좋은 배우들이 소화를 잘한 거예요. 대사의 유치함은 작가로선 김은숙이랑 별 차이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배우들이 잘 씹어먹었으면 다행인데 이 작품에선 거의 그러질 못했어요. 그래서 염정아와 조우진만 기억에 남는 겁니다. 대사 소화력이 좋으니까 기억에 남는 거죠.  다른 배우들이 연기가 나쁘다는 게 아니고 생활연기와 캐릭터 연기의 차이가 있는데 캐릭터 연기의 소화력이 좀 더 부족했다는 겁니다. 사실 대사가 후진 게 더 컸어요.


장르적으로 카테고리를 넣자면 <SF 판타지>와 <무협>입니다. SF 영화로 선 CG가 너무 안 좋아요. 이 정도면 괜찮지 않냐라고 하기엔 <승리호>란 전례가 이미 있어요. 그 영화도 CG 티는 났지만 적어도 콘셉트 디자인과 그에 걸맞은 연출을 잘 해냈어요. 외계인도 중간에 확인했을 때 CG가 부족하면 조금 덜 보여주는 방법으로 연출 방향을 바꿔야 했는데 2022년에 나온 우리나라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런 질 낮은 VFX 장면을 숨기지 않고 노출해요. CG 팀이랑 작업할 때 퀄리티가 안 나올 거 같다고 안 했을 리 없었을 테고 그런 이야기를 들었으면 연출을 바꿨어야죠. 또 하나 <무협>파트는 좋냐고 하면 이렇게 연출할 거면 이쪽이야말로 CG를 잔뜩 썼어야 했어요. 적어도 예전 우리나라 무협영화들은 해외 스턴트팀을 초청해서 찍을 정도의 성의는 보였어요. 무협 파트만 보면 퇴보 중에 퇴보에요. 이렇게 찍을 거면 무협 액션을 찍지 말았어야죠.


이렇게 보면 감이 없어진 거 아니냐 하시겠지만 VFX 파트와 무협 액션 쪽 파트를 제외하곤 감독의 연출력은 여전합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은 파트들은 호흡을 잘 캐치해서 찍어내고 연기가 안 좋은 파트들은 어떻게든 대사만 딱 치고 빠지게 편집도 스무스하게 했어요. 그러다 보니 연기가 정말 이상해지는 부분은 이미 안 좋은 캐릭터들이 다수 포진된 작품이라 눈에 들어오지도 않은 거죠. 전반적으로 실사 파트들은 무난하다 보니 이 작품에 호감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저는 140분 볼만했어요. 저렇게 욕을 하고 볼만했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구린 결과물을 편집으로 때우는 영화를 보는 게 꽤나 오랜만이라서 솔직히 말하면 재밌었어요. 사실 감독이 진짜 답 없어지는 게 편집이 진짜 안 좋을 때인 건데 이 작품은 편집의 신이라도 강림한 것처럼 잘 잘라내고 리듬감이 너무 좋았어요. 그런 부분 때문에 <외계인2> 영화 예고편 같다는 이야기가 보이곤 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구린 대사를 끝내 못 살려낸 대사처리와 일정한 톤이 없는 연기, 구리디 구린 VFX, 눈을 의심케하는 한국 액션 영화계를 퇴보시킨 와이어 무협 액션 등에 이걸 OK를 날린 것만으로도 맛이 간거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실지 모르지만 제 생각엔 일은 이미 벌려놨고 감독 본인의 통제가 벗어나서 나쁜 선택을 해버리고 말았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어떤 부분은 대사랑 입이랑 안 맞는 부분도 보였어요. 제가 편집이 좋았다고 했지만 사실 싱크 하나 제대로 못 맞출 정도로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단 거죠. 어쨌든 본인이 선택한 것이니 욕도 본인이 그대로 먹어야 하는 거고요.


저는 이런 영화는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특히 상업영화계의 선배로서 이런 무책임한 영화를 찍은 건 한국영화계를 퇴보시키는 일이에요.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고 나면 비슷한 장르의 투자가 둔화될 테니 앞으로 같은 장르를 찍고 싶어 하는 후배들의 길을 막은 거나 다름없어요. 더 책임감을 가지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었어야죠. 2편이 갑자기 재밌어져도 소용없어요. 전편을 보고 가야 하는데 극장에서 본 사람들이야 중간에 안 나갔으면 끝까지 봐줬다고 쳐도 2차 매체는 가격 인하가 되기 전에 속편이 개봉할 텐데, 망한 영화의 vod가 나가봐야 얼마나 팔릴까요. 러닝타임도 길고요. 할인받아서 구매해도 그거대로 돈 버린 셈 치고 안 본다고요. 그럼 전편보다 관객이 안 들 텐데 말이에요. 이렇게까지 말하고 싶진 않지만 후반작업 비용이라도 아끼려고 속편 개봉을 포기할지도 모른단 생각도 드네요.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진짜 큰일입니다. 한국 영화계의 재앙이에요.